처음 섭외 연락이 왔을 때 솔직히 살짝 의아했습니다. 드론 페스티벌이라니. 서울이나 킨텍스 같은 공간도 아니고, 포천이라는 낯선 도시에서 열리는 지자체 행사. 저희가 주로 서브컬처 행사 위주로 활동했던 터라 '우리가 잘 어울리는 자리인가?' 하는 고민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참여해보니 그 고민이 기우였다는 걸 금방 알게 됐습니다.

드론이랑 코스프레가 무슨 상관이냐고요?
포천 드론제전은 드론 비행 쇼가 메인이지만, 행사 안에 e스포츠 이벤트 존이 따로 운영됐습니다. 게임 캐릭터 코스프레 대회와 무대 공연이 포함된 프로그램이었고, 저희가 바로 그 파트를 맡았습니다.
행사는 10월 9일부터 10일, 이틀간 진행됐습니다. 게임캐릭터 코스프레 대회에는 직접 신청한 참가자들이 무대에 오르고, 저희 크루는 공연 퍼포먼스를 담당했습니다. 드론 쇼를 보러 온 포천 시민들 앞에서 코스프레 무대를 올리는 — 정말 특이한 조합이었지만,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행사가 됐습니다.
큐시트 한 장에 담은 무대 준비
지자체 행사다 보니 현장 상황이 서브컬처 행사랑은 많이 달랐습니다. 음향 장비도 다르고, 무대 구조도 우리가 익숙한 것과 달랐죠. 그래서 준비 단계에서 음향팀, 조명팀과 사전 조율을 꽤 꼼꼼히 진행했습니다.
분 단위로 큐시트를 짰습니다. 크루 입장 타이밍, BGM 전환 시점, 각 포즈 구간, 퇴장 흐름까지. 무대에서 즉흥으로 해결하는 게 아니라 모든 게 큐시트 안에서 움직이도록 했습니다. 배경 영상도 게임 세계관을 반영한 커스텀 영상으로 직접 준비했고, 음원도 캐릭터 테마곡을 편집해서 썼습니다.
공연 당일, 무대에 올랐을 때 관람석에 앉아 계시던 포천 시민분들이 화면을 보면서 웅성이시던 게 기억납니다. 코스프레를 처음 접하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았는데, 무대가 끝나고 나서 아이들이 함께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였을 때가 가장 뿌듯했던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포천 시민분들과의 예상 밖 교류
사실 저희가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 '반응'이었습니다. 서브컬처 팬들이 많이 오는 행사가 아니다 보니 코스프레 자체를 낯설어하시는 분들도 계실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현장에서는 반응이 정말 따뜻했습니다. 가족 단위로 오신 분들이 많았는데, 아이들은 쑥스러워하면서도 사진 찍고 싶다고 부모님 손을 잡아당기고, 어르신들도 의상이 예쁘다며 말 걸어주시고. 저희에게 익숙한 팬들의 반응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더 넓은 대중과 만나는 경험이었습니다.
코스프레 대회에 참가한 분들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포천이나 경기 북부 지역에서 혼자 묵묵히 코스프레를 해왔던 분들이 참가하셨는데, 이런 지역 행사에 코스프레 대회가 생겼다는 것 자체가 반가웠다고 하셨습니다.
지자체 행사에서 배운 것
포천 드론제전을 마치고 나서 팀 내에서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서브컬처 행사는 이미 관심 있는 팬들이 모이는 자리인 반면, 지자체 행사는 전혀 다른 맥락에서 더 넓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라는 것. 어떻게 보면 저희가 더 도전적인 환경에서 코스프레의 매력을 보여준 셈이었습니다.
이 경험 덕분에 저희가 활동할 수 있는 무대의 폭이 꽤 넓어졌다고 느꼈습니다. 팬이 모이는 곳만이 아니라,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면 포천이든, 드론 페스티벌이든 상관 없다고 생각하게 되는 보람찬 행사였습니다.